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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양형판단은 판사 마음대로?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판결-

 

 같은 죄를 짓고도 사건마다 사람마다 내려지는 형벌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사기죄를 짓고도 A는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를 받는 반면, B는 징역 2년을 선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의 인식은 어떤 사건에 대하여는 “너무 형량이 낮은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고,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왜 나만 이렇게 형량이 높으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형량 즉 양형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게 되는 걸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법정형, 처단형, 선고형의 개념과 양형기준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한편, 이러한 기준을 통하여 내려진 양형부당으로 인한 양형의 변경에 대해서 대법원이 설시한바 있습니다. 

 

법정형과 처단형 그리고 선고형 

 사기죄를 예로 들면, 형법 제347조를 보면 “사람을 기망하여...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와같이 입법자가 형법각칙의 개개의 구성요건에 규정한 형벌을 법정형이라고 말합니다. 법정형에서 형벌의 종류와 범위를 정하고 있고 법관은 그 안에서 재량을 갖게 됩니다. 즉, 사기죄의 경우(범죄금액이 클 경우 특별법이 적용될 수 있음) 아무리 죄질이 안좋아도 무기징역을 선고하거나 벌금 1억원을 선고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처단형은 위와같은 법정형을 구체적 범죄사실에 적용하여 법률상·재판상의 가중감경을 하여 처단형의 범위를 구하게 됩니다. 즉, 누범가중, 경합범 가중, 자수감경, 심신미약감경, 미수감경, 작량감경 등을 거쳐 일정한 형의 범위가 나오게 되는데 이를 처단형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사기죄가 미수에 그쳐 징역형을 택하고 미수감경을 하게 된다면, 15일 이상(징역형의 하한은 1개월 이상) 5년이하의 징역형이 처단형이 되는 것입니다. 

 

 선고형은 위와같이 나온 처단형의 범위에서 구체적으로 형을 양정하여 당해 피고인에게 선고하는 형을 말합니다. 소년범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징역 2년과 같이 정기형을 선고합니다. 처단형까지는 법관의 재량이 개입할 여지가 적으나, 선고형을 선고하는데에는 법관의 재량이 개입할 여지가 많습니다. 법관이 형을 양정하면서 징역 1년을 선고할지 징역 5년을 선고할지 어떻게 결정하게 될까요? 

 

양형기준이란?

 어떤 법관은 엄벌을 하는 경향이 있고, 어떤 법관은 너그러운 경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운이 결정된다면 재판이 불합리하겠죠? 그래서 여기에도 기준을 마련하였습니다. 형법 제51조에는 양형의 조건을 규정하였고, 대법원규칙인 양형위원회규칙에 따라 대법원은 양형위원회를 두어 양형기준을 만들어 이를 기준으로 양형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양형기준은 원칙적으로 구속력이 없으나, 법관이 양형기준을 이탈하는 경우 판결문에 양형이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합리적 사유 없이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는 없습니다. 

 

양형기준에 관한 내용을 보실려면 아래 사이트 방문

https://sc.scourt.go.kr/sc/krsc/criterion/standard/standard.jsp

 

항소심에서 제1심의 양형을 바꾸는 경우

-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 항소심이 이를 존중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양형부당은 원심판결의 선고형이 구체적인 사안의 내용에 비추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운 경우를 말한다.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

 

-항소심이 자신의 양형판단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여 양형부당을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는 경우, 양형심리 및 양형판단 방법이 위법한지 여부(소극)

“그렇지만 제1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양형기준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제1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거나, 항소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새로이 현출된 자료를 종합하면 제1심의 양형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항소심은 형의 양정이 부당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

 

-원심판단에 근거가 된 양형자료와 그에 관한 판단 내용이 모순 없이 설시되어 있더라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유를 일일이 명시하지 아니하면 위법한지 여부(소극)

“항소심은 제1심에 대한 사후심적 성격이 가미된 속심으로서 제1심과 구분되는 고유의 양형재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항소심이 자신의 양형판단과 일치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양형부당을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아니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양형심리 및 양형판단 방법이 위법하다고까지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원심의 판단에 근거가 된 양형자료와 그에 관한 판단 내용이 모순 없이 설시되어 있는 경우에는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유에 관하여 일일이 명시하지 아니하여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항소심이 제1심의 양형판단을 뒤집을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파기이유로 설시하지 않았다면 이 또한 법령 위반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요컨대, 제1심의 양형판단이 항소심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와 제1심의 양형판단이 항소심에서 파기되는 경우에 항소심 이유 기재의 정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반대의견도 있었습니다. 

 

판례의 의미 및 마무리 

 이 사건은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위반·도박개장 사건이었는데, 제1심에서 피고인1은 징역 10월, 피고인2는 징역 8월을 선고받았는데, 항소심에서 피고인1은 징역 4년, 피고인2는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피고인들은 양형의 기초 사실에 관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으로 인하여 원심판결에 죄형균형 원칙 내지 책임주의 원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위 주장은 실질적으로 원심의 양형이 부당하다는 취지에 불과하다고 보아 상고기각하면서, 항소심은 제1심과 구분되는 고유의 양형재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제1심의 선고형을 양형부당을 이유로 파기하고 다시 정할 수 있고, 이 때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유에 관하여 일일이 명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당사자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느냐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유무죄의 선고만큼 양형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1심에서 양형이 과도하게 나온 것 같다면 항소심에서 양형기준을 참고하여 양형을 다투어볼 수 있습니다. 피고인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양형자료는 유리한 양형을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형종상향 금지의 원칙

-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도15700판결-
 
약식명령과 정식재판청구

 형사소송법 제448조에 의해서 지방법원은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통상의 공판절차없이 약식명령으로 피고인을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약식명령청구는 지방법원의 관할에 속하는 사건으로서 벌금이하의 형에 해당하는 죄 및 선택형으로서 벌금이 정해져 있는 죄에 대해서만 할 수 있으며 검사가 공소의 제기와 동시에 서면으로 하여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449조). 

 

 검사의 약식명령청구가 있는 경우에도 법원의 판단에 그 사건이 약식명령으로 할 수 없거나 약식명령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하여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450조). 여기서 약식명령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한 경우란 사안이 복잡하다든가 또는 기타의 이유로 재판을 신중하게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법원이 약식명령을 결정하는 경우, 검사 또는 피고인은 법원으로부터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53조). 위 기간 내에 검사 또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의 청구를 하게 되면 통상의 공판절차가 진행되게 됩니다. 그러나, 정식재판의 청구는 제1심판결선고 전까지 취하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54조). 

 

 약식명령은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경과하거나, 그 청구의 취하 또는 청구기각의 결정이 확정된 때에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합니다(형사소송법 제457조). 반면, 정식재판 절차에 나아가 정식재판에 의한 판결이 확정되면 전의 약식명령은 그 효력을 잃게 됩니다(형사소송법 제456조).   

 

형종상향 금지의 원칙이란?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정식재판청구 사건에서의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2항). 

 

 즉, 약식명령은 벌금의 경우에만 가능하여 보통 벌금 00만원이 내려지게 되는데, 이에 대하여 정식재판 청구를 할 경우 징역형과 같이 벌금보다 높은 형종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약식명령에서 벌금 30만원이 결정되어서 정식재판청구를 하였는데 정식재판에서 벌금 100만원이 선고되는 것은 ‘형종’의 상향이 아닌 ‘중한 형’을 선고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가 기재되기만 하면 선고가 가능합니다.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피고인은 절도죄 등으로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게 되자 정식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제1심 법원은 위 정식재판청구 사건을 통상절차에 의해 공소가 제기된 다른 점유이탈물횡령 등 사건들과 병합한 후 각 죄에 대해 모두 징역형을 선택한 다음 경합범 가중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1년 2월을 선고하였고, 제2심 법원에서도 항소를 기각하여 제1심 법원과 같은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판결 - 제1심 및 원심의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이른바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적극)

 “제1심판결 중 2018고정850 사건 부분(절도죄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 받은 부분)은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인데도 약식명령의 벌금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인 징역형을 선택하여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여기에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에서 정한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판례의 의미 및 마무리

 이 사건과 같이 정식재판절차에서 약식명령을 받은 혐의와 다른 혐의가 병합되어 재판되는 경우에도,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에서 정한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은 적용되기 때문에, 이를 배제하고 약식명령을 받은 죄에 관하여도 징역형을 선택하여 형종을 상향한 제1심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 제1항에서 정한 형종 상향 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음을 판시하였습니다. 

 

 약식명령은 공판절차없이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형종상향금지의 원칙이 없다면 피고인이 정식재판청구에 쉽게 나아가지 못하고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피고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방어권 보장의 차원에서 형종상향금지의 원칙을 정해놓은 것입니다. 따라서 약식명령을 받게 된 경우 형종상향금지의 원칙을 고려하여 정식재판으로 나아가 다투어볼지에 대해서는 변호사와 상담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약식명령절차 또는 정식재판절차에서 피고인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양형자료는 유리한 형량을 받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 상태에서 성관계


지인끼리 술을 마시다가 또는 술집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 성관계를 하였는데, 이후 술에서 깬 상대방이 자신은 성관계에 동의한 적 없다면서 강간 또는 강제추행 당하였다고 주장한다면 혐의를 받는 입장에서 무척 황당한 일이 될 것입니다. 반면 아무런 기억도 없는데 낯선 사람과 성관계를 한 뒤에 깨어난다면 그것 또한 매우 당혹스러울 것입니다.


준강간죄나 준강제추행죄는 피해자가 깊은 잠에 빠져있는 경우 또는 술· 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거나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로 심신상실 내지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피해자를 간음 또는 추행하면 성립하게 됩니다. 여기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대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및 제298조(강제추행)의 예에 의한다.


최근 피해자가 몸을 가눌 정도의 의식을 가지고, 대화가 가능한 상태에서 피고인과 함께 스스로 모텔에 들어갔으나, 음주 후 필름이 끊겨 기억이 나지 않는상태였던 사안에서, 대법원은 피해자가 스스로 걸을 수 있다거나, 자신의 이름을 대답하는 등의 행동이 가능하였다는 점만을 들어 당시 심신상실 등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피해자가 동의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준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도9781 판결).


의학적 개념으로 알코올의 최면진정작용으로 인하여 수면에 빠지는 의식상실을 ‘패싱아웃(passing out)’이라고 하고, 이 경우에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 위 판례의 피해자처럼 패싱아웃 상태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폭음으로 알코올 혈중농도가 급격히 올라 뇌가 일정한 시점에 진행되었던 사실에 대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을 ‘알코올 블랙아웃(black out)’이라고 하는데, ‘음주 후 발생한 광범위한 인지기능 장애 또는 의식상실’까지 블랙아웃이라고 통칭하기도 합니다.


피해자가 범행 당시 블랙아웃 상태였다고 주장하는 경우,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술이 취한 상태와 구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실무상으로 피해자가 블랙아웃 상태였다고 주장하는 경우 무혐의 처분을 많이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준강간죄와 준강제추행죄의 항거불능의 개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의식상실은 아니더라도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에 해당하여 이러한 피해자에 대한 성적 행위 역시 준강간죄 또는 준강제추행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물론 위 판례도 피고인이 유죄라는 취지라기 보다는 피해자가 심실상실 상태에 있었는지를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이며, 피고인에게 유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심신상실 등의 상태를 이용하여 성범죄를 저지를 고의 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기분 좋은 술자리에서의 만남에서 이어지는 성관계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범죄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성범죄와 무고죄


성범죄로 인하여 피해자가 겪는 심적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반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없음에도 혐의를 받는다면 추후 무죄판결이 내려질지라도 당사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결코 적다고 볼 수 없습니다.


성범죄로 유죄판결이라도 받는 날에는 신상정보 공개, 취업제한 등 부수처분까지 내려질 수 있으므로 아니면 말고 식의 고소·고발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고, 다른 목적으로 경솔하게 상대를 고소한다면 자신 또한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형법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사실에 대하여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처분되거나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하여 바로 고소인에게 무고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고죄에서 허위의 사실이란,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사실이고, 이에 대해 고소인·고발인이 진실하다는 확신이 없어야 합니다. 허위의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고소인·고발인이 진실하다는 확신이 있는 경우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고, 신고내용에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것이 범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단지 신고 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하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또한, 고소·고발의 내용이 단순히 공정한 수사로 흑백을 가려달라는 취지라면 무고의 목적이 있다 할 수 없어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성범죄와 함께 무고에 대한 수사를 병행하는 경우 자칫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것을 곤란하게 하거나 가해자가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피해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수사를 종결한 뒤 무고죄에 대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은 성범죄에 대해 혐의가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소·고발에 대한 무고죄 고소 대응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에 검찰에서는 피의자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을 할 때, 불기소이유서에 고소인의 무고죄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을 기재하기도 합니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 ‘온라인 그루밍’ 처벌



“그루밍”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그루밍이란 원래 동물의 털손질 또는 사람이 꾸미고 치장하는 행위를 의미로,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컬어 “그루밍족”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n번방’사건에서 문제가 되었던 그루밍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호감이나 신뢰를 얻어 지배관계를 형성한 뒤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명 ‘길들이기’ 수법에 의해 상대가 스스로 성관계를 허락하게 하거나, 관계 후 이를 폭로하지 못하도록 범죄사실을 은폐하는 것입니다.


사실 성범죄가 발생하기 전까지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온라인으로 성적 행위를 유인·권유하는 경우에는 발각되더라도 처벌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n번방’을 계기로 이에 대하여 처벌의 근거를 마련하고, 성범죄에 따른 피해를 예방하고자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줄여서 ‘아청법’)이 개정되었고, 2021. 9. 24.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일부개정 2021. 3. 23. 시행 2021. 9. 24.)

제15조의2(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목적 대화 등) 

① 19세 이상의 사람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아동·청소년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거나 그러한 대화에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참여시키는 행위

2. 제2조 제4호(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

② 19세 이상의 사람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16세 미만인 아동·청소년에게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제1항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하는 경우,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n번방’같은 범죄는 일반적인 수사기법만으로는 적발이나 증거수집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수사기관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범죄자에게 접근하여 범죄와 관련된 증거 및 자료 등을 수집할 수 있고, 위장수사를 위하여 문서, 전자기록의 작성·변경 등을 허용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


일반적인 형사사건에서 함정수사는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함정수사는 위법한 것으로 보아 공소제기 자체가 무효가 됩니다.


다만,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위장수사의 경우에는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인데, 아청법 개정안 역시 수사기관이 범의를 유발케 하는 것이 아닌 범죄의 혐의점이 충분히 있는 경우 수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득이한 때 위장수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문으로 규정하였고, 위장수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법원의 허가를 받아 통제함으로써 안전장치를 마련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


도쿄올림픽 개최를 몇 개월 앞둔 시점에서 경기에 출전한 여자 운동선수들의 신체를 찍어 인터넷에 유포하는 사례가 빈번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에 대하여 일본 경찰은 촬영이 허가된 이상 이를 범죄로 다루기는 곤란하다는 입장 표명을 하였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일본관광객이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여자 선수들의 신체 부위를 촬영한 협의로 입건되어 검찰이 긴급출국정지 조치를 내리기도 하였습니다.


상대방의 동의없는 신체촬영이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요즘 휴대전화 카메라 성능이 발전하면서 무려 30배 확대한 사진까지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니, 피해자는 자신이 찍힌 줄도 몰라 불법 촬영을 현장에서 제지하기도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카메라의 성능만을 믿고 ‘안 걸리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몰래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였다가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⑤ 상습으로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죄를 범한 때에는 그 죄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얼마 전 버스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다리를 몰래 촬영한 피고인에 대하여 카메라등이용촬영죄를 인정할 것인지가 논란이 되었습니다.


1심은 성적 욕망 또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라고 보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한 반면, 2심은 ① 피고인이 특정 부위를 부각시켜 촬영하지 않았고, 피해자 뒷모습을 사람의 시야에서 통상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한 점, ②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자리하여 레깅스를 입은 여성이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고 판단할 수 없는 점, ③ ‘기분이 더럽고,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나라는 생각을 했다’라는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 불쾌감을 넘어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피해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본인의 의사에 의해 드러낸 신체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불법 촬영된 장소, 상황, 방식 등에 따라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고 이는 노출된 신체뿐 아니라 의복이 밀착되어 굴곡과 신체적 특징이 드러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보았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느끼는 성적 수치심은 단순히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분노, 공포, 무기력, 모욕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아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는 취지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19도16258 판결).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불법 촬영을 당하는 것이 싫으면 레깅스를 입지 말라며, 피해자를 탓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으나,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서 보호하는 법익은 ‘자기 의사에 반하여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라는 점에 비추어서 앞으로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성립하는 영역이 더 넓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본 죄가 성립되는지 여부는 “성적 욕망 또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라는 요건에 해당하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길 위의 무법자 - 난폭운전


평소에는 점잖은 사람이 운전대만 잡으면 180도 성격이 돌변하여 과격하게 운전하고, 욕설이 끊이질 않는 사람 주변에 한 명쯤은 보셨을 겁니다. 운전은 작은 실수로도 재산이나 생명에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기에 일상생활에서 보다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운전 매너가 좋고 나쁨을 떠나 난폭운전은 도로교통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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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 제46조의3(난폭운전 금지) 자동차등의 운전자는 다음 각 호 중 둘 이상의 행위를 연달아 하거나, 하나의 행위를 지속 또는 반복하여 다른 사람에게 위협 또는 위해를 가하거나 교통상 위험을 발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제5조에 따른 신호 또는 지시 위반

2. 제13조제3항에 따른 중앙선 침범

3. 제17조제3항에 따른 속도의 위반

4. 제18조제1항에 따른 횡단·유턴·후진 금지 위반

5. 제19조에 따른 안전거리 미확보, 진로변경 금지 위반, 급제동 금지 위반

6. 제21조제1항·제3항 및 제4항에 따른 앞지르기 방법 또는 앞지르기의 방6. 해금지 위반

7. 제49조제1항제8호에 다른 정당한 사유 없는 소음 발생

8. 제60조제2항에 따른 고속도로에서 앞지르기 방법 위반

9. 제62조에 따른 고속도로등에서의 횡단·유턴·후진 금지 위반


도로교통법 제151조의2(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46조의3을 위반하여 자동차등을 난폭운전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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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위와 같은 난폭운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반행위에 내재된 추상적인 위험을 넘어 도로의 교통상황에 구체적이고 상당한 교통상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습니다(창원지법 2019. 6. 20. 선고 2019노287 판결 참조).


이와 같이 불특정한 다른 차량들을 대상으로 하는 난폭운전도 문제지만, 난폭운전자에 대응한 보복운전도 조심하여야 합니다.


상대 운전자의 실수 또는 고의에 대응하여 진로를 방해하거나 차량 앞에서 급제동 또는 급감속하는 행위, 상대방 운전자를 폭행·협박하는 보복운전을 하는 경우 운전자는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를 이용하여 상대방으로 폭행·협박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특수협박·특수폭행이 성립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자동차가 충돌하여 파손되는 경우 특수손괴, 운전자 및 동승자가 상해를 입는 경우 특수상해 등의 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자동차는 원래 살상용이나 파괴용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하거나 다른 사람의 재물을 손괴하는 데 사용되었다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5783 판결 등).


블랙박스는 위와 같은 난폭운전, 보복운전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증거이지만, 그러한 정황이 있더라도 운전자의 의도나 상황 해석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피의자 성추행이 무혐의면 피해자는 무고죄?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무고죄란?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를 말합니다. 요즘엔 주로 성범죄의 고소와 관련하여 문제가 되고는 하는데요, 피해사실이 없음에도 합의금 등의 금전을 받아낼 목적으로 억울한 사람을 신고하는 이른바 꽃뱀의 경우에는 무고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이러한 케이스에서 성범죄가 무혐의가 나올 경우 무고죄로 고소를 당하고 무고죄가 성립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편, 대법원에 의하면 무고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필요합니다.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하고,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으며(대법원 1984. 1. 24. 선고 83도1401 판결), 신고내용에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범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하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1986. 7. 22. 선고 86도582 판결)” 

 

이 사건의 사실관계

 이 사건은 성폭행 고소에 관하여 무고죄가 성립하는지가 문제된 사건입니다. A씨(여성)는 직장선배인 B씨(남성)가 자신에게 기습적으로 키스하였다는 등의 내용으로 B씨를 강제추행으로 신고하였으나,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B씨에게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이에 B씨가 반대로 A씨를 무고죄로 고소하자, 검찰에서는 A씨에 대하여도 강제추행 고소내용이 적극적으로 허위임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한 점을 들어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내렸으나, B씨가 제기한 재정신청이 인용되어 A씨에 대하여 공소제기 결정이 내려지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개시된 1심 공판절차는 A씨의 신청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는데, 배심원 평의결과 다수의견이 유죄로 나오게 되어, A씨에게 집행유예의 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A씨가 B씨와 함께 손을 잡고 걷는 등 신체접촉을 하는 장면이 사건 당일 CCTV에 찍힌 점이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은 국민참여재판 결과를 가급적 존중해야 한다는 법리에 따라 항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A씨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등을 주장하며 상고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판례의 태도 – 성폭행이 무혐의더라도 고소인에게 무고죄 성립하지 않을 수

 대법원은 ‘성폭행 피해자가 하는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와 ‘성폭행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자가 신고한 사실에 대해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지거나 무죄판결이 선고된 경우, 이러한 신고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여 무고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사실에 대하여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처분되거나 무죄판결이 선고된 경우 반대로 이러한 신고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여 무고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하여, 그 자체를 무고를 하였다는 적극적인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처하였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하였을 것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점 및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관한 변소를 쉽게 배척하여서는 아니 된다.”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언제든 그 동의를 번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에 대해서는 이를 거부할 자유를 가지므로, ...어느 정도의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하여, 입맞춤 등의 행위에 대해서까지 피고인이 동의하거나 승인을 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피고인이 공소외인으로부터 기습추행을 당하였다는 것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판례의 의미 및 마무리

 이 사건 판결은 최근 대법원이 판결한 ‘성인지 감수성’을 판단기준으로 인용하면서,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최근 판시된 ‘성인지 감수성’을 성범죄에 관한 무고죄 성립여부에서 인용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가 성립하는 요건과 무고죄가 성립하는 요건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양자가 모순되는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즉, 고소인이 고소한 성범죄 등이 유죄가 나온다면 고소인에게 무고죄는 당연히 성립하지 않겠지만, 고소인이 고소한 성범죄 등이 무죄가 나온다고 하여 고소인에게 당연히 무고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 판결이 후자와 같은 경우 무고죄의 성립을 일률적으로 부인한 것은 당연히 아니기 때문에, 이른바 꽃뱀은 여전히 무고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무고죄는 한 가정을 파탄낼 수도 한 사람의 인생을 무너지게 할 수도 있는 중대한 범죄이고, 진정한 성범죄 피해자들의 피해구제를 어렵게 하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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